레브잇 PMF팀에는 Problem Solver(PS)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고객의 문제를 찾아, 직접 만들어 풀어내는 사람인데요.
오늘은 PS 류호산님을 만나봤습니다.
호산님은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했습니다. UC 버클리 교환학생 시절 미국 스타트업에서 PM 인턴으로 일했고, 이후 공동 창업으로 시드 투자를 받아 여러 B2C 제품을 만들었어요. 혼자 만든 AI 학습 서비스로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지 한 달 만에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직접 회사를 만들고, 혼자서도 제품을 키워본 사람이 왜 다음 창업 대신 레브잇을 택했을까요? 쇼포트를 만든 지난 1년의 이야기에서 그 답을 들어봤습니다.
호산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레브잇 PMF팀에서 AI 쇼핑 에이전트 '쇼포트'를 만드는 Problem Solver 류호산이에요. 공동 창업과 1인 개발을 거쳐, 합류한 지 곧 1년이 되어가요. 지금은 고객이 무엇을 살지 결정하는 순간을 돕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저희는 AI가 구매를 돕는 쇼핑을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불러요. 구글 브레인을 이끌었던 AI 석학 앤드류 응은 AI를 에이전트냐 아니냐로 나누기보다 얼마나 자율적으로 움직이는지, 즉 '에이전틱한 정도'로 봐야 한다고 했는데요. 쇼포트도 최신 오픈소스 에이전트들의 소스 코드까지 활용하며 하루가 다르게 더 에이전틱해지고 있어요.
좋은 동료들과 강한 모멘텀 속에서, 실존하는 거대한 문제를 풀고 있다는 감각이 있어요. 쇼핑 에이전트 영역에서는 저희가 가장 앞서 있는 팀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아직 정말 초입이에요. (그래서 더 좋습니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공부하면서 '지적 도구'라는 개념에 빠졌다고요. 그게 뭔가요?
사람의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는 도구예요. 손목시계, 지도, 구글, 그리고 지금의 ChatGPT 같은 것들이요. 인지과학에는 생각이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몸과 도구까지 이어진다는 관점이 있어요. 손목시계를 찬 사람은 누가 시간을 물으면 머릿속에 시간이 떠올라 있지 않은데도 '나는 지금 시간을 알고 있다'고 느끼잖아요.
가장 재밌는 건 이런 도구를 많은 사람이 쓰기 시작하면 사고방식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에요. 내비게이션이 생긴 뒤 길을 외울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요. 도구에 담긴 만든 사람의 의도가 널리 쓰이면서 사람들의 습관이 되는 거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더 나은 도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I는 이 관점에서 특별해요. 도구이면서 동시에 '지능'을 가진 존재니까요. 그래서 같은 AI라도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자동화'가 될 수도, 사람이 더 잘 판단하도록 돕는 '증강'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미지 생성 AI가 혼자 그림을 뽑아내면 자동화지만, 디자인 툴 안에서 디자이너의 작업을 넓혀주면 증강이 되는 것처럼요. 저는 마음의 연장으로 쓰이는 '증강으로서의 AI'에 더 끌려요.
창업도 1인 개발도 해봤는데 왜 레브잇을, 그중에서도 AI 쇼핑 에이전트를 택했나요?
처음 창업을 한 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무언가를 창작하고 빚어내는 데 쓰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이 방향은 1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고, 제게 창업은 언제나 이 방향에 가까이 다가가는 수단이었어요. 레브잇에서 하고 있는 일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난 창업 때는 15개월 동안 쉬는 날 없이 달렸어요. 저는 하고 싶은 창업이 꽤 구체적이었는데, 팀은 성공 확률만 높아 보이면 도메인을 언제든 새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차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불일치였어요. 저는 제 사명과 관련 없는 일에는 오래 몰입하기 어려운 사람이더라고요.
그다음엔 혼자 AI 학습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틱톡 오가닉 영상만으로 미국 대학생들에게 알렸고, 지금도 구독이 이어지고 있어요. 혼자라서 빨랐지만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고 풀 수 있는 문제의 크기도 작았어요.
그러다 AI 쇼핑 에이전트라는 꼭 풀어 보고 싶은 문제가 생겼어요.
저는 한 가지 일만 하는 제품보다 사람들이 여러 문제에 가져다 쓸 수 있는 도구에 끌려요. 커서(Cursor)의 전 디자이너 Ryo Lu의 말처럼 제품은 문제 하나를 풀지만 시스템은 수많은 문제를 풀 블록을 주죠. 스마트폰이 카메라와 GPS, 인터넷을 손안에 쥐여 주자 사람들이 지도 앱과 배달 앱을 만들었듯 컴퓨터 역사의 큰 변화는 새로운 '재료'에서 왔어요. AI도 그런 재료라고 생각해요.
그 재료로 새로운 경험을 실험하기에 쇼핑만 한 곳이 없다고 봤어요. 쇼핑은 사람의 욕망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곳이고, 무엇을 살지에 대한 고민은 인류가 있는 한 계속될 테니까요.
그런데 쇼핑에는 AI 혼자 채울 수 없는 자리가 있어요. '이 유모차가 최저가인가?'는 AI가 답할 수 있지만 '이 유모차가 우리 아이와 우리 집에 맞을까?'는 그렇지 않죠.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이 중간중간 판단에 참여하는 구조(human in the loop)와, 그 판단을 쉽게 만들어 주는 화면(GUI)은 계속 필요해요. 쇼포트는 대신 결정해주는 AI가 아닌 더 잘 결정하도록 곁에 있는 AI예요.
여기에 레브잇이라서 가능한 것도 있었어요. 강재윤 대표님과 함께 올웨이즈의 자본력을 등에 업고 공동 창업에 준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이요. 채용, 투자, 운영에 나눠 쓰던 에너지를 고객과 제품에만 쏟을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 지금 저한테는 이 일이 가장 즐거워요. 풀고 싶은 문제를, 더 큰 규모로, 좋은 동료들과 풀 수 있는 곳이라 다음 창업 대신 레브잇을 택했어요.

고객이 구매 판단을 가장 어려워하는 순간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의 멘탈모델, 즉 고객 머릿속에서 이 구매가 어떤 문제로 그려져 있는지 이해하는 거예요. 고객 스스로도 이걸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 무엇을 왜 했는지 행동을 따라가며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질문해야 해요.
합류 직후 아기용품 AI 비서를 만들 때 설문과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하고 부모가 구매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결제까지를 한 장의 지도로 그렸어요. 여기에 제가 즐겨 쓰는 방법론 두 가지를 엮었어요.
하나는 디자인씽킹이에요. 기술이나 사업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해, 처음 세운 가정들 자체를 의심하고 바꿔 나가는 거죠. 첫아이 로션을 고르는 부모가 무엇부터 검색하고, 어떤 후기에서 멈추고, 어디서 불안해하는지까지 머릿속에서 재생할 수 있을 만큼 높은 해상도로 모델링해요.
다른 하나는 '디커플링(decoupling)'이에요. 기존 플랫폼은 찾고, 비교하고, 사고, 쓰는 과정을 한데 묶어 제공하는데 새로운 서비스는 그중 가장 불편한 고리 하나만 떼어 내 훨씬 잘 풀면서 파고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려보니 어떤 품목을 살지는 ‘6개월 아기용품 체크리스트'로, 어디서 살지는 가격비교 서비스로 금방 해결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장 괴로운 건 그 사이, 어떤 유모차와 카시트를 살지 비교하는 순간이었어요. 부모들은 일부러 부정적인 리뷰를 찾아 읽고, 맘카페와 지인에게 묻고, 그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상황의 부모가 쓴 후기'를 가장 믿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건 조금 납작한 결론이에요. 부모들이 결국 원하는 건 비슷한 사람이 아니라 내 상황에서 이 선택이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니까요. 비슷한 사람의 리뷰는 그 확신에 닿기 위해 대신 기대는 지표(프록시)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부모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을 직접 묻고, 거기에 맞는 추천 근거를 보여주면 돼요. 예전엔 육아용품에 밝은 친한 친구 정도만 해줄 수 있던 일인데 AI 덕분에 처음으로 이런 일대일 쇼핑 경험을 누구에게나 줄 수 있게 됐어요.
직접 만들어 검증해보니 가설이 틀렸던 경험도 있나요?
쇼포트를 좀 더 '에이전틱'하게 재설계하면서 겪은 일이에요. 처음 쇼포트는 객관식 질문 몇 개에 답하면 결과가 나오는 선형적인 구조였어요. 답할 때마다 후보를 좁히고 지나간 단계로는 돌아가지 않는, 그리디 알고리즘(매 순간 눈앞의 최선만 고르는 방식) 같은 흐름이었죠.
그래서 가설을 세웠어요. 첫 질문에 맞춰 상품 목록을 먼저 띄우고 이후 대화로 조건을 바꿔 가며 추려 가게 하면 만족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그런데 첫 추천 이후 후속 채팅을 입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정보를 제대로 받지 않고 추천했으니 일반 검색과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고 사용자들은 그걸 쇼포트의 최선이라 여기고 실망한 채 떠났어요. 처음 보여준 추천이 곧 기대치로 굳어 버린 거예요. 한 번 묻고 바로 상품으로 답하는 쇼핑 에이전트들이 공통으로 부딪히는 한계이기도 해요.
그래서 다시 결과보다 질문을 앞에 두도록 에이전트의 루프를 다듬었어요.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과, 사용자가 실제로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건 다르다는 걸 배웠어요.
YC 대표 개리 탠의 글이 많이 와닿았어요. 어떤 계획도 실제 사용자를 만나는 순간을 온전히 버티지 못하고, 그 뼈아픈 타격은 사용자 피드백에서 발견되며, 우리는 그걸 로드맵이라고 부른다는 문장이요.
1년 동안 만들어보니, 에이전틱 커머스의 핵심은 뭐였나요?
한마디로 '더 좋은 문답'이에요.
요즘 클로드나 GPT를 쓰다 보면 AI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객관식 질문으로 의도를 먼저 확인하잖아요. 저희도 수많은 실험 끝에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이르렀어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상대의 생각을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던 문답이 2400년 만에 AI 에이전트의 핵심 도구로 돌아온 거죠.
문답이 쇼핑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는 커머스의 본질이 '번역'이기 때문이에요. 사용자의 상황과 의도를 상품의 조건으로 번역해 사람과 상품을 이어주는 일이요.
어떤 분이 '요즘 쓸 수분크림'을 찾는다고 해볼게요. 몇 가지를 물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오후만 되면 이마와 코는 번들거리는데 볼은 당긴다면 유분 적은 젤 크림 같은 제형을 봐요. 레티놀 세럼을 쓰기 시작했다면 무향인지, 세라마이드나 판테놀 같은 장벽 성분이 있는지도 보고요. 바르고 바로 화장을 한다면 밀리지 않는 제형이 중요해요.
이분은 자기 상황은 잘 알지만 그게 어떤 제품 조건이 되는지는 몰랐던 거예요. 막연한 의도를 선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는 이걸 의도의 '증폭'이라고도 불러요. 실제로 인터뷰한 한 사용자는 키보드를 사진만 보고 샀다가 실패했는데, 쇼포트에서는 '눌렀을 때 터치감'처럼 미처 생각 못 한 기준을 질문으로 고를 수 있어 좋았다고 했어요. 잘 만든 질문지가 곧 구매 가이드가 된 거죠.
반대로 원하는 조건을 정확히 아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찾아 성분표를 대조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에요. 의도가 막연한 사람에게는 번역을, 분명한 사람에게는 발품을 대신 팔아주는 거죠.
매일 사는 물건까지 문답으로 고르진 않겠지만, 종류는 정했는데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와요. 그래서 문답형 쇼핑은 빠르면 1~2년 안에 업계 표준이 될 거라고 봐요.
문답이 핵심이라면 쇼포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뭔가요?
"여기서 나온 상품과 구매처가 최선이고, 다른 데서 더 찾아볼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에요.
대부분의 AI는 자기가 검색한 결과 중 가장 좋은 걸 추천해요. 요즘 쏟아져 나오고 있는 최신 에이전트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찾아본 것 중 최고'와 '살 수 있는 것 중 최고'는 달라요. 쇼핑에서 이 차이는 어마어마해요.
문제는 사용자들이 이 차이를 아직 직관적으로 못 느낀다는 거예요. 상품 몇 개를 나열하고 설명하는 데서 끝나면 "검색이랑 뭐가 다르지?"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래서 "검색 결과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고른다"는 차이를 느끼게 해야 해요.
모델이 두세 달마다 바뀌는 지금은 기능 하나 더 붙여서는 금방 따라잡혀요. 요즘 '해자는 없다'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죠. 대신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핵심 경험 하나와, 쓸수록 데이터가 쌓여 좋아지는 구조는 쉽게 따라잡히지 않아요. 쇼포트가 '더 찾아볼 필요 없는 확신'에 집착하는 이유예요.
요즘 '쇼핑 에이전트'라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쇼포트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나요?
쇼핑 에이전트의 일은 크게 둘이에요. 뭘 살지 고르도록 돕는 '구매 결정'과, 결제나 예약을 대신하는 '행동 대행'이요. 그런데 이 둘을 구분 없이 모두 '쇼핑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나오는 범용 에이전트들은 행동 대행에 강점이 있고, 언론에 나오는 예시도 대부분 여행 예약이에요. 솔직히 일반 소비자들이 AI에게 수십 분짜리 일을 맡기는 데 이렇게 빨리 적응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쇼핑에서는 원클릭 결제가 이미 당연해서 행동 대행의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저희가 발견하는 고객의 불편도 대부분 구매 결정 쪽에 몰려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구매 결정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상 깊게 읽은 트윗이 있어요. 지금은 에이전트의 '번들링' 시대인데, 범용 에이전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쓰기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모든 기능이 채팅창 하나 뒤에 숨어 있으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있으니, 곧 특정한 일과 맥락에 맞춘 전문 에이전트들로 나뉠 거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쇼포트가 채팅창 하나에 모든 걸 맡기지 않고, 구매 결정에 최적화된 기능과 UI를 만드는 이유예요.
PS로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반대로 이 환경이 힘들 수 있는 사람은요?
세 가지를 꼽고 싶어요.
창업을 해본 분.
PS는 작은 IT 스타트업 팀을 하나 운영하는 것과 비슷해요. 꼭 회사를 차려본 게 아니어도, 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세상에 내놓아 본 경험이면 충분해요. 스퀘어 창업자 짐 매캘비는 『언카피어블』에서 기업가정신의 반대말을 '모방'이라고 했어요. 모방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전략이지만, 따라 할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는 통하지 않죠. AI 쇼핑 에이전트가 딱 그런 문제예요.
집요한 분.
과정이 멋져 보이는 것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면 좋겠어요. 문제는 한 번에 안 풀리고, 가설은 생각보다 자주 틀리거든요.
그렇다고 자신을 갈아 넣으라는 건 아니에요. 성공에는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해서 보편적인 법칙이 없지만 실패에는 법칙이 있어요. 망하는 패턴을 알아보고 피하는 건 실력이고, 그래서 제가 다룰 수 있는 건 결국 과정이에요. 쉬는 날 없이 달렸던 첫 창업과 달리 지금은 이 일을 장기 마라톤처럼 대해요. 매일 8시간씩 자고, 운동도 꾸준히 해요.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아야 계속 시도할 수 있고 운이 찾아올 기회도 생기니까요.
제가 확실히 참이라고 여기는 명제가 있어요. 죽도록 실패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실패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사랑하는 일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워요. 그래서 AI가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는 분이면 더 좋겠어요.
좋은 제품 취향(taste)이 있고, 그걸 키우고 싶은 분.
만드는 게 쉬워진 지금, 결과의 차이는 거의 다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판단에서 나와요. 제가 생각하는 취향은 객관적으로 좋은 걸 알아보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 알아채고 세상 어딘가에 나처럼 반응할 사람이 있다고 과감하게 믿어보는 거예요.
'위대한 작품은 그 안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함께 만든다'는 문장을 좋아해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어도비 플래시를 뺀 이유를 설명했던 인터뷰를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당시엔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잡스는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고, 저물어 가는 기술 대신 이제 막 봄을 맞은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했어요. 애플에는 위대한 제품에 필요 없는 걸 빼고 시장에 내놓을 용기가 있다고요. 저는 여기서 취향이 곧 자기 확신이라는 걸 배웠어요. 취향을 키운다는 건 끌림을 알아채는 데서 멈추지 않고, 확신을 갖고 현실로 만들어 보는 일이에요.
반대로 명확한 지시와 정해진 범위 안에서 일하는 게 편한 분에게는 힘들 수 있어요. 여기서는 뭘 할지부터 직접 정해야 하고, 그 판단이 틀렸을 때도 스스로 다시 풀어내야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호산님이 그리는 다음 그림이 궁금해요.
유명한 말이긴 하지만, 좋은 도구일수록 투명해진다고 생각해요. 기억을 떠올릴 때 해마를 쓴다고 느끼지 않고, 컵을 집을 때 손가락을 의식하지 않잖아요. 좋은 도구도 그렇게 몸과 마음의 일부처럼 사라져요.
요즘 개발이 좋은 예예요. 몇 년 전만 해도 코드를 한 줄씩 직접 썼지만, 지금은 많은 개발자가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만들지 설명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요. 저도 이제 코드 편집기를 거의 열지 않고, 터미널 창을 5~10개 띄워 각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긴 뒤 결과를 확인해요. 도구가 투명해지면서 생각의 단위가 코드에서 의도로 바뀐 거예요.
인터넷 쇼핑은 몇 년 전의 개발과 비슷해요. 탭을 열 개씩 띄워 놓고 블로그, 맘카페, 리뷰, 가격비교를 오가며 직접 비교하죠. 인터뷰에서 만난 한 분은 성분을 하나하나 검색하고 병원에 물어보느라 로션 하나 사는 데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어요. 앞으로는 자기 상황만 이야기하면, 비교와 검증은 에이전트가 맡고 사람은 추려진 근거를 보고 결정만 내리는 날이 올 거예요.
그렇게 아낀 시간은 더 중요한 고민에 쓸 수 있어요.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에서 '무엇을, 왜'로 옮겨 주는 도구가 많아질수록, 자기만의 무언가를 빚는 시간도 늘어날 거라고 믿어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일이에요. 제가 한창 일할 앞으로의 10~15년이 이런 도구를 만들기에 딱 맞는 시기이고, 지금 레브잇에서 하는 일은 그 첫걸음이에요.
호산님에게 좋은 제품은 기능을 하나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방식을 바꾸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그는 고객이 무엇을 클릭했는지보다, 어디서 왜 망설였는지를 먼저 봅니다.
PMF팀의 Problem Solver는 그 망설임을 끝까지 파고들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가설을 세우고, 직접 만들어 부딪히고, 틀리면 다시 풉니다. 그 과정을 함께 검증해줄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AI 시대의 제품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답을 실제 고객 앞에서 증명해보고 싶다면 PMF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